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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집 발망치 소음) 다이소 고무망치 구입후기

by 제이미미 2020. 8. 1.

인터폰, 쪽지로도 개선이 되지않아 우퍼나 고무망치를 사서 몇번 해보니 바로 고쳐지더라는 글을 보고 나도 사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우퍼까지 틀 정도의 심각하게 쿵쾅거리는 소음은 아니어서 나는 고무망치를 샀다. 다이소에 가서 망치류 어디있어요? 물어보고 공구란에 갔더니 고무망치 한 종류가 바로 보였다. 

 

HOMEGEAR 고무망치. 2000원

 

먼저 주방에서 흔히 쓰는 크린백으로 한번 둘러주고 양말 두겹 씌웠다. 겉에는 좀 얇은 수면양말. 너무 망치같은 쾅쾅 소리보다는 정말 발망치같이 쿵쿵소리나게 똑같이 들려주고 싶은 마음에 양말 한겹만 씌웠다가 한겹더 씌웠다.

 

 

윗집 패턴은 조용할 때는 2~3시간내도록 아무소리없다가 중년주부가 외출해서 돌아온 후 집안일하면서 쯤 짧게 짧게 발망치소리가 간헐적으로 이어지는데 쿵쿵쿵 걷다가 10분, 20분 조용하다가 또 쿵쿵쿵. 또 한 10분 조용했다가 짧게 쿵쿵쿵쿵.. 이런식이다. 그러다가 또 저녁까지 조용하다가 저녁에서 잘 때까지 또 짧게 짧게 비슷한 패턴.

전체적으로 보면 조용한 시간이 훨씬 많긴 하지만 중간중간 내는 쿵쿵쿵 소리를 예상을 못하니 뭔가 조용할 때에도 찜찜하게 신경쓰이고 인식하게 되는 불안한 마음을 어찌해야 할지... 이것도 몇달 지나서 적응이 되면 나아지는 건지.

문 쾅 닫는 소리, 쿵쿵쿵 소리 .. 중간에 의자끄는 소리 몇번. 이 세가지 소리를 제외하면 아이가 뛰는 소리라던가 말소리라던가 뭐가 쿵 떨어지는 소리 등은 거의 나지않는다. (왜냐면 아이가 없음. 자녀가 중학생) 세탁기 등 기계소음이야 어쩔 수 없는 거고.

의자끄는 소리랑 문 쾅 소리도 싫긴 하지만 3초 이내로 끝나는 소리니 얼마든지 참을 수 있는데 발망치가 제일 문제다. 일시적으로 끝나는 소리가 아니니까..

 

우리집이 옛날 3베이구조라서 돌아다니는 발망치소리가 딱 거실과 주방이 있는 중간공간에서 99% 난다. 주부들이 가장 많이 왔다갔다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듣기 싫으면 안방침대에 누워있는다. 그러면 좀 덜 난다. 약간 멀리서 나는 소리처럼.

 

암튼 고무망치를 구입하고 나도 이제 무기가 생겼다며 든든함 반 긴장감 반으로 크게 쿵쿵 하는 소리가 들리길 기다렸다. 슬리퍼를 신은건지 처음보다 소리가 좀 작아지긴 했는데... 그래도 똑같이 언제 나가서 언제 들어오며 어디를 걷는지 다 느껴지는 둥둥거리는 진동소리라 그걸 앞으로 계속 들으면서 살아야된다고 생각하면 상상만으로도 너무 스트레스가 쌓여서 이참에 확실히 해결하자고 하는 마음에 한번 크게 망치질같이 쿵쿵하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똑같이 진짜 망치질로 소리를 되돌려주자 하는 마음이었다. 어느 순간에 평소보다 조금 더 세게 걷는다 싶은 느낌이 왔고 주방식탁위쪽 천장을 똑같이 걸음수대로 5~6번정도 쳤다. 

 

한손으로 살살 통통거리면서 쳤는데도 소리가 어마무시했다. 우리집에서만 어마무시한건지는 몰라도.

근데 우리집에서 그정도 소리라면 아마 위쪽에서도 확실히 들었을 거다. 

이정도면 아차, 놀라서 조심해주겠지! 생각했는데...

바로 조금뒤로 들려오는 더 세게 쿵쿵쿵!하면서 걷는 소리....

 

그 순간 기분이 너무 나빠졌다. 그리고 뭔가 갑자기 무기력해지는 알수 없는 마음.

 

(망치칠때 고의적으로 쳤다는 걸 알아차리게끔 다다다다 친건 아니어서 그냥 어디서 망치소리인갑다 생각하고 아무 생각없이 걸은건데 우연히도 좀 세게 난 건지 아님 정말 윗집이 보복소음이란 걸 의식해서 일부러 세게 쿵쿵댔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100% 확신할 수 없으나.. 그냥 내 스스로 무력감같은 게 들었다.  점점 서로 보복하는 과정으로 흘러가게 될 것 같은 상황에 대해)

 

그런 반응도 예상하지 못한건 아니지만.. 예상했을 때는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좋아, 해볼때까지 해보자." 하면서 더 세게 나가겠다는 마음이 들 줄 알았는데... 나는 이런타입이 아니라는 게 새삼 자각이 됐다. 그리고 순간 이렇게까지 내가 멘탈이 물렁한 사람이었다는 것에 뭔가 한심스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나는 싫은 상대앞에서는 항상 똥이 무서워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하는 마음으로 좀 손해를 보더라도 피해버리고 내가 먼저 떨쳐버리는 쪽이었지 보복하고 갚아주고 하는 타입은 아니었는데 여기서 딱 그 회피해버리는 성향을 다시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 기분이 들었다... 해결되는 과정이 심리적으로 참 피곤하겠다, 끝이 없겠다 결론이 나면 나는 뭔가 나아갈 의지가 푹 꺾여져 버린다. 

 

층간소음 갈등에는 윗집이냐 아랫집이냐보다는 기 쎄고 성격이 강한 쪽이 무조건 유리한 면이 있는 것 같다. 대면해서 말할 때도 그렇고.  양보하거나 참으며 사는 쪽은 항상 상대방 기분 먼저 생각하고 갈등 키우기 싫어하는 성향 쪽.

물론 같이 강한 성격일 경우에는 끝까지 지치지 않는 쪽이 이기긴 하지만.. 나는 그럴 자신이 없다.

 

갑자기 고무망치 사지말걸 하는 후회와 함께 그냥 서랍속에 넣어버렸다. 

다시 꺼낼 일은 지금 기분으로는 없을 것 같다.

차라리 좋게좋게 내가 먼저 인사하고 다가가서 이런저런 대화하며 친해진 다음 조금씩 소음에 대해 말을 꺼내보는 게 나한테는 더 맞는 방법같기도.

후..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한순간에 변해버리다니.

 

멘탈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왠지 슬퍼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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