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활지식, 일상정보 공유

윗집 발망치 직접 찾아간 후기

by 제이미미 2020. 9. 28.

 

여태껏 걷는소리 난다고 쪽지 1번, 그리고 밤에 거의 우당탕탕 소리날 때 인터폰 2번 했는데 별로 바뀌는게 없어서 직접 찾아가 말해보기로 했다. 직접 찾아가는 건 불법이다라는 말도 있지만.. 뭐 따지면서 항의하러 가는게 아니라 정중히 부탁하듯 말하려고 하는 거라 그것까지 불법인 건 아닐꺼다. 그리고 슬리퍼도 커플로 두개 샀다. 선물해주려고.

 

어떻게 이 불편을 전달해야 효과가 있을지 많이 검색해보고 찾아도 봤는데 정말 케바케, 사바사(사람 by 사람)인게 받는 사람입장에서 인터폰보다는 직접 얼굴보고 말하는 게 기분이 덜 나쁘다는 사람, 반대로 직접 찾아오면 부담스럽고 인터폰이 더 깔끔하고 괜찮을 거라는 사람, 인터폰보다 쪽지가 더 낫겠다는 사람, 쪽지보다 인터폰이 낫다는 사람 정말 다 다 달랐다.

 

근데 대면하지않고 우회적으로 해결을 하려다 보니 그 기대가 엇나갈수록 내 머릿속에선 윗집은 정말 비상식적이고 이기적인 사람들일거라는 생각이 계속 커지고 스트레스도 그만큼 같이 커졌다. 거기에다 쪽지는 그냥 대충보고 무시해버린 건 아닌지... 인터폰은 단지 그순간 시끄러울 뿐이라고 가볍게 생각한 건 아닌지....긴가민가 추측이 계속되고 무엇보다 이렇게 매일 발소리가 들리고 생활에 큰 지장이 된다는 것을 어찌됐든 확실하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으므로 시국이 좀 그렇긴 해도 직접 올라가보기로 했다. 얼굴을 보고 얘기하면 좀 더 소통이 되지 않을까? 좀 더 상식적인 사람일 수도 있지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리고 식구수라던가 오래 살계획인가 하는 질문도 물어보고 싶고)

 

원래는 혼자서 가려고했지만.. 도저히 용기가 안나서ㅎ 남편 휴무때 같이 같다. 

남편은 덩치(보다는 비만;)는 조금 있는데 인상은 곰돌이 푸같은 푸근한 웃상이라서 인상으로 뭔가 타격을 주거나 하는 건 없다.ㅎ 그래도 한명보다는 두명이 나으니까~

 

벨 누를때의 떨림ㅜㅎㅎ.. 처음엔 아무 반응이 없었다. 발소리를 듣고 올라간거라 집에 있는 건 확실했다.

하긴 이사첫날 엘베에서 보긴 했지만 우리야 윗집이 누군지 엄청 궁금했으니 의식한 거고 그 가족은 아무생각 없었을테니.. 게다가 마스크도 하고 있지.. 이상한 포교하는 사람들인지 알았을 수도..

그냥 집에 내려갈까 말까 한 3초 생각하다가 한번만 더 눌러보자고 해서 한번 더 눌렀더니 반응이 왔다. 

누구세요?/ 아랫층인데요..

딸깍 문 열어주시는 소리..

살짝 늦게 나오셨는데 마스크를 찾아 쓰느라 그런듯 했다.

전부터 걷는 소리가 계속 들려서요./ 네? 저 지금 가만 있었는데요?/

아..지금 때문이 아니고 전에도 쪽지 한번 썼는데 기본적으로 걸으실때 계속 소리가 들려서요. 어제도 하루종일 들리고..밤에도 들려서 잠자기가 좀 힘들어요.

 

한번은 어쨌든 대면을 해야 정확히 알수 있음을 느낀게 쿵쿵발소리, 의자 끼익 끄는 소리, 문 쾅!닫는 소리, 밤에 쿠당당 소음을 세트로 듣다보니 분명 배려는 1도 모르는 비상식적인 가족이거나 적반하장 식으로 말도 안통하는 집이겠다 생각했는데.. 짦은 대화로 느끼기에 그렇게 나쁘다거나 이상한 사람은 아니었다는 거다. 얼핏 본 집 분위기도 깔끔했다.

 

아주머니가 말하길 일단 안그래도 처음에 쪽지보고 다 슬리퍼를 사셨다고 했다. (발망치사람들은 슬리퍼신으면 소리가 안날거라 생각하겠지만 사람에 따라서 신어도 발소리가 들림...'그래도 발소리가 들리던데요?'라고는 했는데 슬리퍼 다른 두꺼운 걸로 바꿔신어주세요 라는 말은 차마 못했다. ) 그리고 낮소음은 아주 잠깐이라 괜찮은데 밤에만 좀 조심해달라고 하니 (밤에는 발소리는 기본에 종종 쿠당탕탕 소리도 들리고..가족이 다 모여서 집안을 돌아다니고 있다는 걸 항상 티를 냈음)  남편이 8시이후 퇴근하시는데 슬리퍼신기를 많이 귀찮아한다고., 남편이 외국에서 오래 출장 가 있다가 작년에 와서 외국에서 막 자유분방하게 살다가 집에서 조심조심 움직이는 거에 답답해해서 그렇다고 했다. 그리고 아들도 둘인데 (초딩,중딩) 이애들이 좀 성격들이 산만하고 조심성이 없어서 침대에 있다가 쿵 하고 내려오기도 하고.. 하면서 소음의 원인에 대해 약간 미안하다는 표정반 이해해달라는 마음반 자기도 참 힘들다면서 설명해주셨다. (근데 미취학 아동도 아니고 성인과 다 큰 아이들이 소음을 통제못하는 것에 왜 아랫집 사람의 이해를 바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ㅎ아무튼...) 그리고 그와중 기쁜소식 안그래도 네식구가 입주때부터 살던 아파트라 6~7년차정도되서 요즘 이사갈 집을 알아보고 있다고...

사실 제일 듣고싶었던 말...이걸로 아 네, 그럼 됐습니다. 하고 그냥 내려갈 뻔ㅋ

 

그리고 저희가 아기가 있는데 매일 현관문을 쾅!하고 닫으셔서 겨우 재워논 애가 그 소리때문에 놀라서 꺠서 운다고 하니 환기때문에 현관쪽 창문을 열어놔서 바람이 들어오는데 그래서 현관문이 세게 닫히는 거라고.. 조심해달라고 하니 이 문소리는 바람때문에 좀 어쩔수 없을 것 같다고 양해를 바라셨다. 뭔가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어영부영 넘어갔는데 내려와 생각해보니 본인집에 아기가 있다고 해도 어쩔 수 없었을까? 바로 창문을 닫았거나 바람이 불어와도 충분히 힘을 조절해서 문을 조심히 열고 닫을려고 했겠지. 문을 쾅! 닫는 거에 왜 어쩔수 없다는 말이 붙는건지... 생각할수록 더 이해가 안되서 한번 더 쾅 소리가 나면 인터폰이든 올라가서든 똑같이 말하려고 했으나 왠일인지 말은 그렇게 하시고서 그다음부터 소리가 안났다. 조절할 수 없다고 생각하셨는데 조절이 잘 되셨나 봄. 

 

아무튼 그렇게 밤에는 좀 조심해달라고 말하고 서로 좋게 얘기하고 내려왔다. 세달동안 어떻게 해야하나 어떤 사람들일까 전전긍긍했던 체증이 싹 내려가는 듯 했다. 

 

그 후로 확실히 더 소리가 줄었다. 슬리퍼를 신어도 소리가 나긴했지만 전보다 그 빈도도 훨씬 줄었고 오전 오후 아주 잠깐씩 둥둥둥 소리 나다 말다 한다. 저녁에는 특히 더 조심하는 듯하다.

하지만 주말에는..여전히 좀 쿵쿵거리기도 하고 뭔가 쿵 떨어지는 소리도 들리고..좀 소음이 있다. 주말에도 주의해달라고 할걸 그랬나..; 근데 뭐.. 조금있으면 이사가신다니까ㅎ

 

선물해간 슬리퍼는 윗집도 슬리퍼를 다 샀다고 하셔서..  반품도 그렇고 그냥 내가 신기로 했다.

엄청 두꺼운 걸로 샀는데ㅎㅎ

나는 이미 조용히 걷고 있고 집에서 슬리퍼를 신어본적도 없어서 사실 발망치사람들 슬리퍼신고 다니라고 했지만 불편한건 어쩔 수 없겠지 라는 마음이 있었는데 왠걸... 한번 신어보니 폭신폭신 너무 편하고 좋음; 두꺼운걸 사서 그런가? 한번 신은 뒤로 쭉 신고 생활중이다.

 

요즘 드는 생각은 슬리퍼 안신어도 아무소리 안나는 사람과 윗집처럼 슬리퍼를 신어도 둥둥둥 소리가 울리는 사람의 근본적인 차이는 뭘까... 하는거다. 단지 배려심의 차이뿐일까? 뭔가 신체적인 차이도 있는건지?

의식적으로 확실히 뒷꿈치부터 닿게 찍으면서 걸으면 쿵 하는 진동이 느껴지긴 하다. 근데 그렇게 걸으면 뭔가 차렷! 열중 쉬어! 앞으로 가! 할때의 앞으로 가는 자세처럼 걷는 자세가 되게 뻣뻣해진다고 하나. 상당히 어색한 걸음이 된다. 왠지 팔도 앞뒤로 휘저어야 될 것 같다, 매일 이렇게 걸으면 발바닥 통증 올 것 같은 느낌까지 플러스. 습관의 차이일까? 정말 이렇게 걸으라고 해도 못 하겠다. 그런 사람들은 내가 이해가 안되려나? 아주 숨죽이고 걷는것처럼?

 

앞꿈치까지 고루 힘을 주고 부드럽게 사뿐사뿐 내딛는 게 걷는 걸음도 가볍고 휘리릭 훨씬 빨리 걸어서 좋은데..

밑집이어서 느끼는 거지만 잠깐 잠깐 빼고는 거의 안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해도 집안에서 걷는 걸음수가 본인 생각보다 상당히 많다는 거다. 아무리 안 움직여도 하루에 수백걸음은 될거다. 자신이 들으면 둥둥 둔탁한 진동으로 들려 잘 모를수도 있지만 아랫집에서 들릴때는 무슨 뼈방망이로 걸음걸음마다 바닥을 힘껏 찧는 느낌이 확 느껴져서 저러고 매일 걷는데 발이 남아나나..생각이 절로 든다.

 

잠깐 몇주간 산후도우미 했던 60대 중반 아주머니도 쿵쿵 걷는 걸음이었는데 수다떨다가 윗집 층간소음 얘기를 했더니 본인은 집에서 슬리퍼 꼭 신고 다닌다고..(사논 슬리퍼 이때동안 아주머니가 신음ㅎ) 안 그러면 맨발로는 발이 아파서 도저히 못 걷는다고 하셨다. 발망치 사람들은 아랫집 배려는 차치하고 본인의 발건강을 위해서라도 쿵쿵 찍으며 매일 뒷꿈치근육에 충격을 주기보다는 사뿐사뿐 슥슥 거리면서 걷는 게 미래의 자신을 위해서 좋을거다.

댓글